<일일 게임 분석 프로젝트>
[18일차] 왜 소울라이크는 엇박 패턴을 그렇게 좋아할까?
Reference
① 엘든링
② P의 거짓
엘든링 엔딩 보느라 조금 늦게 완성하네요 :D..
최근 2개의 소울라이크를 주로 플레이했습니다. 엘든링과 P의 거짓이죠.
엘든링으로 소울라이크 입문하고 벽을 느껴 잠시 접었다가, P의 거짓 출시 후 소울라이크 첫 엔딩을 봤습니다.
P의 거짓 엔딩본 김에, 엘든링도 재도전해보고 싶어서 최근 빡세게 하고 오늘에서야 엘든링도 엔딩 봤네요..
두 게임 모두 해보면서, 몬스터 패턴 중 엇박에 대해서 너무 화가 나서 왜 이렇게 디자인했지? 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대표적으로 엘든링의 호라 루, P의 거짓의 락사시아는 정말 엇박의 정석을 보여주는 보스들이죠.
특히 P의 거짓 엇박은 반응조차 못하는 엇박입니다. 몬스터의 공격 준비 동작만 엄청 길고, 실제로 내려치는 공격 모션은 프레임 단위로 짧으니까요..
이 시스템 때문에 많이 욕 먹기도 하는데, P의 거짓은 특히 패턴을 외워서 플레이하다보니 조금 불쾌하기도 했죠.
보스뿐만 아니라 일반 몬스터들조차 엇박을 남발하며, 그런 엇박 공격을 피하지 못해 죽게 되는 일이 많죠.
왜 소울라이크의 몬스터들은 다양한 패턴들 중에서도 "엇박"이라는 패턴을 가지고 있고, 이 패턴이 플레이어들에게 욕을 먹는데도 계속 사용하는 걸까요?
스태미나 소모
우선 엇박의 주된 목적은 아무래도 전투 난이도 상승이죠. 저는 그 중에서도 스태미나 소모 측면에서 생각해봤습니다.
당연히 엇박 패턴은 반응하기 어려운 패턴이기에, 플레이어가 피격 당하기 쉬운 패턴입니다.
피격 당하면 캐릭터의 자세도 무너지기에, 역공을 할 기회도 없어지죠.
그 전에 더욱 중요한 것은, 엇박에 대한 페이크 모션을 보면 허비하는 스태미나가 매우 많다는 점을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태미나는 회피와 공격을 위해 필요한 자원입니다.
스태미나가 부족하면 두 액션 모두 취할 수가 없게 되죠.
플레이어는 몬스터의 엇박 공격을 보면서 "아 이쯤 때리겠구나" 생각하며 계속 회피 버튼을 클릭합니다.
그러다가 "어 왜 안때리지?"하면서 회피를 광클하고, 그러다가 스태미나를 모두 소모하게 됩니다.
최악의 상황은 정박인 줄 알고 한 번 회피하고 공격하지 않아 또 한 번 회피하고 계속 회피하다가 스태미나만 닳고 마지막 엇박 공격은 맞는 어이없는 상황이고, 운좋게 피하더라도 이미 스태미나를 다 소모해서 몬스터를 공격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엘든링을 160시간, P의 거짓을 80시간 가량 플레이하면서 전투에서 스태미나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부분은,
바로 몬스터가 엇박을 위한 페이크 모션을 취할 때 였습니다.
물론, 동일한 몬스터에게 여러 번 도전하면서 나중에는 엇박에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처음 당할 때의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이 불쾌했죠.
당하면서 내린 결론은, 소울라이크 전투 기획자분들은 플레이어의 스태미나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게 해서, 엇박의 공격을 맞거나 엇박을 피하더라도 다음 액션을 하기 위한 스태미나가 없도록 함을 유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면, 보스를 파훼하기 어려워지고 전투 시간은 점점 늘어나게 되니까요.
저는 도저히 못참겠어서 엘든링을 플레이할 때 4개의 탈리스만 중 2개를 스태미나 최대치, 재생 속도 증가를 장착했습니다.
이렇게 장착했더니, 보스 파훼 시간이 확실히 줄어들더군요.
소울라이크에서 스태미나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기획자분들은 스태미나를 사용한 밸런스 조정을 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하기 쉬운 패턴
RPG 게임들의 레이드 보스를 보면, 다양한 패턴으로 플레이어를 괴롭힙니다.
장판 패턴, 기믹 패턴 등 다양한 패턴을 사용하며, 유저들에게는 어렵다, 재밌다, 이게 보스지 등의 반응을 얻기도 하죠.
하지만 해당 패턴들은 전투 기획자 입장에서는 디자인하기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플레이어의 행동을 예측하고 패턴의 난이도도 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또한, 같은 패턴을 계속 반복하면 파훼하기도 쉽고 재미도 떨어지죠.
그런데 이 엇박이라는 몬스터 패턴은, 디자인하기도 쉽고 난이도 조정도 굉장히 편리하죠.
몬스터의 공격 딜레이 타임을 조절하고, 페이크 모션만 잘 디자인된다면 플레이어를 괴롭히기 딱 좋은 패턴이 됩니다.
근/원거리 어떤 공격 타입에 엇박을 사용해도 잘 어울리기도 하구요.
또한, 플레이어가 엇박에 반응하지 못해 피격당할 확률도 매우 증가하죠.
플레이어가 너무 불쾌하지 않을 정도만 사용하면, 엇박을 가지고 있는 보스는 정말 클리어하기 어려워집니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여러 개의 보스를 만들어야하는 상황 속에서, 모든 보스들에게 신선한 패턴 여러 개를 디자인하기에는 공수를 맞추기가 힘듭니다.
하나의 보스에 특수한 패턴 1~2개 정도만 디자인하고, 다른 부분은 엇박 패턴으로 난이도를 조정하면 적당한 보스가 되죠.
그래서 기획자 입장에서도 본다면, 엇박 패턴은 자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효자 몬스터 패턴이라 생각합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엇박 패턴은 그렇게 달가운 패턴은 아닙니다.
다른 패턴보다 반응하기 까다롭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은 패턴이니까요.
실제로 전투에서 누가 그렇게 엇박으로 때리겠습니까..
만약 소울라이크에서 보스를 엇박으로만 도배한다면, 그 게임은 '망겜'의 칭호를 얻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엇박을 사용하는 게임, 엘든링은 엇박 패턴 이후에 플레이어가 공격할 기회를 줍니다.
만약 플레이어가 엇박 패턴을 파훼해서 피한다면, 공격할 기회를 확실하게 얻게 되는 것이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엘든링의 기획자분들도 엇박의 억지스러움을 알고 유저의 불만을 알기에 엇박 파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디자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후 몬스터 패턴을 디자인하는 일이 생겼을 때 그리고 엇박을 사용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엇박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디자인하고 너무 남발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참고 :
https://namu.wiki/w/%EC%99%84%EC%84%B1%EB%90%9C%20%EC%9E%90%20%EB%9D%BD%EC%82%AC%EC%8B%9C%EC%95%84
https://www.inven.co.kr/board/lostark/5343/128697
'게임 개발 학습 > 한달 분석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일차] 왜 '세키로'의 캐릭터는 바로 낙사하지 않을까? (0) | 2023.12.04 |
---|---|
[19일차] 왜 '엘든링'은 오리진 시스템을 사용했을까? (0) | 2023.12.03 |
[17일차] 왜 '엘든링'에 HP/FP 자동 회복 기능이 없을까? (0) | 2023.12.01 |
[16일차] 왜 '엘든링'의 전회에는 우선 순위가 있을까? (1) | 2023.11.30 |
[15일차] 왜 록온(Lock-on) 시스템을 사용할까? (1) | 2023.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