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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게임 분석 프로젝트>

[22일차] 왜 '엘든링'의 카메라 컨트롤은 불편하게 디자인되었을까?

 

Reference

① 엘든링


엘든링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카메라를 줌인하거나 줌아웃을 할 수 없습니다.

카메라 콜라이더가 오브젝트에 부딪혀 줌인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캐릭터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는 고정이죠.

 

카메라와 오브젝트 충돌 시스템은 많이 사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저도 항상 사용하는 시스템이죠.

충돌이 없으면 카메라가 캐릭터가 아닌 오브젝트를 비추는 일이 잦아 플레이에 방해가 됩니다.

로스트아크 모코코 분석 때 사용한 사례

물론 충돌을 넣어도 캐릭터를 가리는 현상이 종종 생기며, 이 때는 부딪힌 오브젝트를 투명하게 혹은 반투명하게 만들어 카메라가 캐릭터를 상시 비추게 하죠.

 

또한, 플레이어가 오브젝트에 너무 가깝게 붙어있을 때는 캐릭터를 비추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며, 이 때는 카메라 각도를 강제로 바꾼다던지, 마찬가지로 오브젝트의 Opacity(불투명도)를 낮춥니다.

 

문제는.. 위와 같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엘든링은 해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해당 문제는 많은 커뮤니티에서 다뤄진 내용이기도 하며, 개발사 프롬소프트의 고질적인 카메라 컨트롤 방식이기도 하죠.

 

때문에 빠르게 움직인 보스거나 오브젝트가 많이 배치되어있는 전장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점이 종종 발생하며, 플레이어는 본인 캐릭터가 어디있는 지 인식하지 못해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보스가 바로 '흑검 말리케스'죠.

말리케스 보스 전장에는 원형으로 기둥이 박혀있으며, 워낙 보스의 패턴이 빠르고 크기에 집중하다보면 어느 새 기둥에 몰릴 때가 있습니다.

위와 같은 케이스인데, 보시면 캐릭터를 중앙에 비춰야하는 카메라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오브젝트에 걸려 플레이어를 비추지 못하죠. 즉, 사각 지대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저 케이스에서 기둥을 반투명하게 만들었다면, 중앙은 아니지만 그래도 플레이어가 어디있는 지 좀 더 알아보기 쉽습니다.

 

물론 커서 조작 이슈나 록온 시스템에 대한 이슈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엘든링의 경우는 카메라 조작이 전투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라 이런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들은 고칠 법하죠.

같은 회사의 다른 게임인 세키로에서도 카메라와 오브젝트가 충돌하면서 줌이 많이 당겨질 때, 오브젝트가 불투명하게 변하는 것이 아닌 캐릭터가 불투명하게 변합니다.

 

그런데 왜? 엘든링 기획자분들은 이러한 피드백을 꾸준히 받고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고 불편함을 고수하는 걸까요?

 


굳어져버린 공식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이 고질적인 카메라 조작 문제가 프롬소프트만의 굳혀진 공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카메라의 불편함은 인지하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오히려 역이용하여 다른 시스템과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의미죠.

 

이 문제는 9년전 다크 소울때부터 거론된 이슈입니다. 그 만큼 오래됐기에 프롬소프트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죠.

 

아마 처음에는 의도되지 않은 불편함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개선할 생각도 있었을 거구요.

그런데 카메라의 불편함을 오히려 역이용했을 때,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몬스터의 패턴이나 레벨 디자인이 가능해졌습니다.

서론의 예시를 다시 가져오자면, 말리케스는 기둥 오브젝트를 타고 다니며 참격을 날리는 패턴을 보이고, 일부러 플레이어를 기둥으로 몰아넣어 카메라에 혼동을 줌으로써 매우 파훼하기 어려운 보스임을 증명했죠.

지도에는 끊겨져있는 다리

레벨 디자인에 있어서도, 림그레이브에서 리에니에 호수로 가는 숏컷이 대표적인 예시인데, 카메라가 오브젝트와 충돌하고 오브젝트가 그대로 화면에 꽉 차면서 정면만 보면 숏컷이 보이지 않습니다.

카메라 정면과 하단

카메라의 각도를 후방이나 하단으로 틀지 않는 이상 위의 숏컷은 찾을 수 없죠.

대신 위 숏컷을 뚫으면 메인 보스 2개를 바로 스킵할 수 있는 숏컷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숏컷이죠.

 

이처럼 카메라 조작이 불편함을 줄 수는 있지만,

보스의 패턴을 어렵게 혹은 매력적으로 만들어 클리어할 때 더 높은 성취감을 주거나, 

레벨을 탐험함에 있어 카메라를 다양하게 조작하며 숨겨진 숏컷을 찾을 때의 쾌감 등은 이제는 플레이어가 소울라이크 게임에 기대하는 요소가 되어버렸습니다.

 


프롬소프트가 소울라이크 장르의 창시자이다보니, 이런 고질적인 카메라 이슈는 웬만한 3D 소울 게임에서는 모두 개선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소울라이크에서는 당연하게 사용해야하는 카메라 조작이 되어버렸죠.

대신 기대되는 재미가, 플레이어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보장되어야 하죠.

그래야 플레이어도 카메라 조작의 불편하다고 의견을 표출하기보다, 보스의 패턴이 더 어렵고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되니 게임에 다양한 재미 요소가 있구나! 라고 생각하니까요.


참고 : 

https://namu.wiki/w/%EC%97%98%EB%93%A0%20%EB%A7%81/%ED%8F%89%EA%B0%80#s-4.2.3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70353&site=eldenring